프랑스 통신 ... C'est partie!

프랑스에 건너온지 아직 반년도 채 안되었지만, 그동안 나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북적대는 파리가 아니라 베르사유에 자리를 잡은 덕에 좀더 차분하게 (상대적으로 전통적 의미에서의) 프랑스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구요. 아내랑 같이 생활하다보니 학생의 시각보다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프랑스를 바라보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혼자 왔다면 멋진 박물관이나 화려한 건축물 같은 프랑스의 외적인 부분에 먼저 눈길이 갔겠지만, 아내와 한께 길을 걷다보면 그보다는 유모차에 쌍동이를 태우고 (조금 큰 첫째는 뒤에서 따라오고) 산책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나 3대가 함께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가족의 모습 같은 것들에 좀더 관심이 가게 되거든요. (물론 프랑스의 외적인 부분도... 그냥 간과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 사실이지요)

한동안 이래저래 정신 없다보니 블로그 포스팅이 뜸했었는데, 앞으로는 틈날 때마다 제가 프랑스에서 보고 느끼는 것들을 좀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 "프랑스적인 가치"가 좋아서 이곳에 건너온 만큼 아무래도 좋은 것들 위주로 보게 되는 경향이 있기는 할 겁니다. 즉 편견이 작용할 여지가 항상 있다는 거지요. 하긴 프랑스라도 사람 사는 사회인 만큼 어두운 부분이 있겠지요. 있습니다. (특히 사르코지 집권 이후 그런 부분이 좀 많아졌다고도 하고....)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여기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우리가 신경쓸 일은 아니잖아요. 우리로서는 이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 우리보다 나은 삶을 누리고 있는지, 우리는 왜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건지 생각해보고, 이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정말로 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면 그게 남는 것 아닐까요.

한편 걱정이 되는 것은, 말한 대로 아직 얼마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쉽게 말해서 프랑스의 단맛 쓴맛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면서) 내가 얼마나 프랑스를 안다고 이 사회에 대해, 그것도 한국 사회와 비교해 가면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근데 이건 사실 뭐 살아 온 기간이랑 크게 상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1년을 살건 10년을 살건 각자의 시각이 있는 거니까요. 특히 저로서는 아직 한국에서의 습관이 남아 있는 지금이 오히려 한국과 프랑스를 비교할 수 있는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닐까 하거든요. 이곳에서 10년 이상 살아 오신 교포 분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데, 너무 오래 살다 보면 또 이 사회에 완전히 적응 및 동화가 돼서 한국과의 차이란 것 자체가 가물 가물해지니까요.

마지막 변명은 제가 앞으로 적을 내용들은 물론 프랑스 전반에 관련된 것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주로 제가 사는 지역 즉 베르사유 일대에 한정된 것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는 각 지방의 지방색이 강하고, 베르사유의 경우 파리 인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성향이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전혀 다르거든요. 더구나 저는 (당분간은) 거시적인 얘기보다는 제가 생활 주변에서 겪은 일들, 그리고 접하게 된 사람들 위주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니,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프랑스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혹시 프랑스를 저보다 많이 경험하신 분이 제 글을 읽으시면서 "어 내가 경험하기로는 이건 전혀 아니던데?" 싶으시더라도 아 이 자식 뭐 프랑스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되도 않는 소리 늘어 놓네... 라고 생각하시기보다는, 아 저 동네 분위기는 저렇구나... 정도로 여겨 주시면 될 듯 합니다.

C'est partie!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르사유 시청 모습입니다. 파리 시청에 비하면 규모도 훨씬 작고 아담하지만 나름 소박하면서 아기자기하게 귀여운 맛이 있어요. 베르사유에는 궁전만 있는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아 그리고 사진을 확대해 보면 'Hotel de ville 오뗄 드 빌'이라고 적혀 있는데 프랑스어에서 hotel은 영어에서의 호텔이 아니라 관공서 건물 같은 걸 말합니다.제가 이 건물에서 특히 좋아 하는 부분은 창가에 자그마한 프랑스 국기들을 모아서 가운데 베르사유 시의 문양으로 고정해서 꽃처럼 꾸며 놓은 부분입니다. 예쁘지 않은가요? 출처:http://static.panoramio.com



Posted by vincent

2009/12/11 01:23 2009/12/1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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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l 2009/12/17 11:23 # M/D Reply Permalink

    한국이 발전을 하려면 서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한다고 공정회에서 주장하던 김문수의 충견.. 차명진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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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도착 4개월 만에 머리를 깎다

한동안 머리가 너무 길게 자라 답답했었는데 어제 드디어 머리를 깎았습니다. 집 앞 미장원에서요. 제가 8월 초에 프랑스에 왔으니까 이제 만 4개월이 조금 넘었네요.
베르사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 저기 미장원(프랑스어로 coiffure 꾸와퓌르라고 합니다)이 굉장히 많습니다. 거의 골목마다 하나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현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프랑스인들이 집에서는 머리를 잘 안 감고 2 ~ 3주에 한번씩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감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남자의 경우 보통 "Shampooing + Coupe (꾸쁘: 자른다는 뜻) + Coiffure (이건 헤어스타일링을 말하는 듯)" 해서 €20 전후 정도 요금을 받는 것 같더군요.
그동안 답답하면서도 그리고 길거리의 수많은 미장원을 보면서도 선뜻 들어가기를 주저하게 했던 건 첫째로 뭐라고 말해야 머리를 깎아줄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고 (암만 생각해봐도 미장원에서 영어가 통할 것 같지는 않은데 설사 통한다고 해도 막상 영어로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이것도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고) 둘째는 과연 프랑스인이 동양인인 내 머리를 제대로 깎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이건 어디선가 백인과 동양인 그리고 아프리칸이 각각 머리결이 전혀 달라서 백인 머리 잘 깎는 애들이 동양인 머리결에는 쩔쩔 맨다더라 이런 (근거가 의심스러운) 얘기를 누구한테인가 들어서이기도 하고. 하여간에 그래서 4개월 동안이나 머리를 방치해 뒀었는데 이젠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슬슬 머리가 뒤꽁지를 묶어도 될만큼 자라서 이왕 이렇게 된거 개성있는 외모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으나 이제 첫학기 지나고 둘째 학기부터는 슬슬 본격적으로 job search를 시작해야 할 텐데 굳이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특이한 외모는상대로 하여금 뭔가 특별한 기대를 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가 굳이 특별히 튀고 싶지 않은 다음에야 피하는게 낫겠죠 아무래도) 파리에 가면 한인 미장원이 두어 군데 있기는 한데 머리 깎으러 거기까지 나가려니 차비랑 시간도 아깝고.
그래서 어제(화요일) 오후 수업이 비는 틈을 타서, 집 앞에 있는 가장 가까운 미장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전형적인 프랑스 스타일의 예쁜 아가씨인 미용사가 머리를 깎아주는데, (근데 프랑스 여자치고는 좀 뚱뚱하더군요) 어 생각보다 굉장히 잘 하더라구요. 설렁설렁 깎는 것 같아 좀 불안했는데, 깎고 나니까 꽤나 자연스럽고 마음에 듭니다. 우리나라 미장원에서는 일단 깎고 나서 드라이로 모양을 만드는데 공을 많이 들이는데 비해, 여기서는 드라이 이전에 커트 단계에서 최대한 완성을 보는 걸 목표로 하는 듯합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잘 나간다는 미용사들 전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왔다고 자랑하는데 그들이 비싼 돈내고 미용 기술 배워 온 프랑스에서 직접 머리를 깎으면서 너무 걱정이 심했던 것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리고 정작 머리 깎는데는 별로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더군요... 그냥 많이 짧게 할거냐 조금 짧게 할거냐 (un peu court? 엉뿌 꾸?) 정도, 귀가 드러나게 할거냐 말거냐는 oreilles 오헤이 어쩌구 하면서 손짓으로 조금 표시해 주면 되고, 머리 깎는 도중 간간히 눈이 마주치면 쎄봉(C'est bon: 좋아요)이나 트헤비엉(très bien: 아주 좋아요) 정도 추임새 넣어주고. 게다가 어제는 화요일이라 원래 €19인 요금을 €17로 할인까지! 머리도 만족스럽고 기분도 좋고 해서, 돈내고 나오면서 나 여기 바로 건너 편에 사는데 프랑스 온지 4개월 됐는데 지금 처음 머리 깎는 거다, 라고 더듬더듬 프랑스어로 얘기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뭐 상대방이 제대로 알아 들었는지는...)
외국 생활에 적응한다는 게, 조금씩 장막을 걷어 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에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깎는다든지 은행에서 돈을 찾는 다든지 하는, 아주 일상적인 것조차 직접 경헙해 보기 전에는 왠지 두렵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하는데,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고 한번 해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편해지거든요. 결국 용기를 내어 직접 부딪혀서 체험해 보는 게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베르사유에서 머리를 깎았다고 해서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출처: http://a21.idata.over-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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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ncent

2009/12/10 07:19 2009/12/1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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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군 2009/12/10 13:19 # M/D Reply Permalink

    미용하신 모습 사진이라도 올려주시죠~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1. vincent 2009/12/11 01:32 # M/D Permalink

      사진은 나중에 ^^

  2. 홍서방 2009/12/10 14:31 # M/D Reply Permalink

    그르게요...형님의 빈자리가 참 많이 느껴지기도 하고...^^
    보고 시포요!!! ^^

    1. vincent 2009/12/11 01:32 # M/D Permalink

      나도 홍서방이 보고 싶어. 안 놀러 오냐?

  3. CHP 2009/12/10 16:08 # M/D Reply Permalink

    제대로 적응 잘 하고 있구나. 그나마 말이 좀 통하는 미국에서도 첨으로 뭔가 시도할땐 굉장히 노곤한데, 프랑스는 오죽하겠냐. 특유의 배짱으로 많이 부딪쳐보길.

    1. vincent 2009/12/11 01:33 # M/D Permalink

      특유의 배짱이라니... 나 그런거 없는데. :)

  4. CW Park 2009/12/11 08:57 # M/D Reply Permalink

    난 스위스에 있을 때 1년 내내 짱게 머리스타일로 다녔었는데, 가격은 한국 파마가격이고, 정말 죽겠더라구..걔네들은 "뒷머리 짧게" 라고 하면 아랫 부분을 주로 쳐 주는게 아니라 뒷머리 전체를 잔디깎이 해 버리더군..-_-

  5. ㄱㄱㅇ 2009/12/12 07:32 # M/D Reply Permalink

    이럴 때면 완전 직모가 아닌 사람이 너무 부럽더라.
    대충 쳐내도 스타일이 사는...

  6. 태정 2010/01/25 09:29 # M/D Reply Permalink

    여전히 멋쟁이로 사시는군요. 많이 웃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일상을 잘 정리하고 계시네요. 다음에 이런 글을 엮으면 자전수필이 한 권 나오겠군요~ 이종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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