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 [θ 번데기] 발음 제대로 하기

영어의 자모 발음 중에는 우리 말에 딱히 해당되는 것이 없어서 별도의 발음/발성 훈련을 해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죠. 사실 따지고 보면 뭐 발성 체계 자체가 다르니 1:1로 매치되는 발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하여간 L과 R 발음이라든가 V 발음 같은 것들은 우리 말과 비슷한 것도 없으니까요.

그 중에는 three, thirty, thousand 등의 단어에서 쓰이는 "th 발음"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IPA(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 국제 발음 기호)로는 "θ"로 표기되죠. 중학교 때 처음 영어 배울 당시 (그래요 우리는 중학교에 올라 가서야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 발음을 제대로 하려면 혀를 아래 윗니 사이에 닿도록 한 상태에서 'ㄸ'와 'ㅆ'의 중간 정도 발음을 하면 된다고 배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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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umanitoba.ca

말하자면 위의 그림 같은 건데요. 거의 혀 끝을 살짝 무는 정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로서는 이런 발음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그냥 'ㄸ'도 아닌 것이 'ㅆ'도 아닌 애매한 발음으로 끝내게 되죠.

그런데 최근에 NBC 간판 프라임타임 뉴스인 Nightly News를 보다 보니, 기자가 이 'Th' 발음을 하면서 거의 혀를 날름 내밀고 깨물다시피 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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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cause there was such an intense turnout according to Iranian officials, 80% turnout, that's about thirty five million votes cast and the voting hours were extended by ..."

이 기자는 Richard Engel이라고 아프간이나 이라크 같은 분쟁 지역 하여간 위험한 데만 골라서 쫓아 다니는 사람인데, 물론 위에서는 35%라고 하는 수치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발음을 딱 떨어지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사실 우리가 기초영어 과정에서 배운 원칙대로 발음을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영어 발음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자신이 모델로 하고 싶은 발음(보통 메이저 방송국의 프라임타임 뉴스 정도가 되겠죠)을 골라서, 말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입모양을 그대로 흉내내라는 것입니다. 뭐 그렇게까지... 싶지만 실제로 열심히 해보면, 가장 단시간에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발음 향상법 중 하나입니다. 덧붙이자면, 입모양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과장해서 따라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수십년 동안 우리 말을 써 왔기 때문에 입주위의 근육, 즉 발음을 하는데 필요한 근육이 우리말에 맞춰서 발달되어 있거든요. 영어로 상대방이 편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의사 전달을 하려면, 원어민들이 하는 것보다 더 신경써서 (때로는 과장될 정도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야합니다.

오해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저는 절대로 원어민 발음을 흉내내기 위해 요상하게 발음에 빠다를 발라 굴리거나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네이티브 스피커도 아니고 충분히 발음 훈련이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혀를 굴려 버리면 동료 한국인은 물론이거니와 원어민도 잘 못 알아듣는 요상한 발음이 되어 버립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건 articulation, 즉 발음 하나 하나를 명확히 하라는 겁니다. 물론 기본 원칙에 충실하게요. 반기문 총장을 비롯해서 국제 무대 고위직에서 활약하는 동아시아인들의 영어 발음을 들어 보면, 절대로 발음을 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치 콩글리시나 쟁글리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잘 들어보면 한 단어 한 단어를 아주 명확하게 발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코리안 액센트의 고급영어 또는 재패니즈 액센트의 고급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죠.

글쎄요 여기서 좀더 나아간다면 이왕이면 본인의 모국어에 유니크한 액센트를 감추고 네이티브 잉글리시 스피커들처럼 들리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일단 정확하고 효율적인 의사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간 과장되게 들리더라도 명확하게 딱딱 끊어서 발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실제로 싱가포르의 제 매니저 및 다른 동료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이걸 시험해 봤는데, 그전에는 저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해서 제 얘기 끝나면 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가곤 하던 그들이 이제는 제 말을 알아 듣고 그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어휘나 표현력, 문법 등의 다른 요소들은 그 전주에 비해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죠.

하여간 요는 상대방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섣불리 굴리지 말고 자음 하나 하나 모음 하나 하나 명확하게 발음하도록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자는 겁니다. 혹시 주위에 영어가 네이티브인 사람이 있다면 한번 시험해 보세요. 대화의 밀도가 달라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Posted by vincent

2009/06/20 22:46 2009/06/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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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nce 2009/06/24 08:45 # M/D Reply Permalink

    마음만큼은 네이티브 스피커인데...
    현실은 시궁창... ㅠㅠ

    1. vincent 2009/07/01 13:16 # M/D Permalink

      우린 우리말에 네이티브 스피커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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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여름호 사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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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헐 쑥스럽구먼.

요새 인문학이 고사 직전이랍니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당장 돈 되는 데 매달리기 보다는 학문의 기초를 닦아야지, 안 그러면 MB꼴 나는 겁니다 여러분. 철학이고 문화고 양심이고 윤리고 없이 오로지 돈이 최고다라는 일념 하에 선출된 정부가 경제는 고사하고 나라 전체를 온통 분열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걸 다들 똑똑히 보셨죠?

창작과 비평은 대학교 다닐 때 "문예지를 읽는 공대생"이라는 지적 허영심에 빠져서는 부지런히 사다가 책꽂이에 꽂아 두곤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이름을 걸치게 될 줄은 몰랐네요.

Posted by vincent

2009/06/11 20:40 2009/06/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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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l 2009/06/11 22:07 # M/D Reply Permalink

    역시나 이럴때는 곽씨인게 좋으시겠습니다...^^ 대단하신데요 형님. 역시 글발이...

    1. 정소영 2009/06/13 01:35 # M/D Permalink

      담당편집자 정소영입니다, (독자의 목소리의 배치는 가나다순이 아니라 철저히 좋은 원고 순임을 말씀드려요 ㅎㅎ)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계획하시는 프랑스행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참, 공연도 보러 오셔요~)

    2. vincent 2009/06/17 10:01 # M/D Permalink

      강씨도 있고 고씨도 있어용 희성이긴 하지만 그 앞에 가씨(가득염), 간씨(간미연)랑 감씨(감우성)도 있고 공(공병호)씨도 있지...

  2. 니미노 2009/06/12 09:14 # M/D Reply Permalink

    형님 멋지십니다. 글 첫머리에 '"창작과 비평" 여름호 사러 가기'가 떡하니 걸려있어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클릭하지는 않았습니다. '창작과 비평' 여름호 받으실분 눌러주세요 와 같은 링크였다면 더 좋았을꺼라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1. vincent 2009/06/17 10:01 # M/D Permalink

      낚시가 되지 않았을까나?

  3. 유디트 2009/06/12 19:55 # M/D Reply Permalink

    학교 후배가 혹시 '그분'아니냐며 전화왔더랬습니다.

    제가 놀라운건 창비에 글을 올리신 것보다 독자의 소리까지 읽은 그 후배였답니다. 정작 커밍스,백낙청에 대해서 제가 더 할말이 많았어야 했는데 부끄럽기도 했구요~~

    1. vincent 2009/06/17 10:02 # M/D Permalink

      저도 뭐 그렇게 할말이 많지는 않았는데~

  4. K군 2009/06/15 11:38 # M/D Reply Permalink

    간만에 답글 남기네요...
    요즘 해야할 일들이 많은데 이래저래 인터럽트들 때문에
    진도가 안나가네요.

    정소영씨는 혹시 아영이의 동생이신건가요?

    용녀 보고 싶은데... 공연날도 오픈 리허설이 있는날인지라 못갈듯한데...
    암튼 다들 한번 모여서 술먹어야 하는데 말이죠..

    1. vincent 2009/06/17 10:03 # M/D Permalink

      아영이 동생인지 전혀 몰랐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더라구... 세상 참 좁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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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行 최종 결정

이런 저런 시행 착오와 계속된 계획 변경 끝에, 결국 프랑스로 건너가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꽤 오랜 기간 (그래봐야 짧게는 석달 길게는 일년 정도지만) 도무지 반년 후에 내가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는 불확실함에 시달리다 보니,일단 결정만 되면 편한 마음으로 블로깅도 하고 자세한 계획 및 소식도 전하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요. 

하여간 아직은 정리할 것들이 많아서 자세한 얘기는 좀더 시일이 지난 후에 적어야 할 모양입니다만, 근 한달 동안 포스팅을 한 개밖에 못하다보니 블로그가 거의 방치 수준이라 뭐라도 적고 넘어가려구요. 글이란게 (그리고 블로깅이란게) 또 한번 뭔가 끄적거리기 시작하다 보면 뭐라도 적게 되는 거니까요.

Posted by vincent

2009/06/11 02:48 2009/06/1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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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wp 2009/06/11 13:21 # M/D Reply Permalink

    Bon courage!!!

    1. vincent 2009/06/17 09:56 # M/D Permalink

      글구보니 로잔에서도 프랑스어를 쓰는군...^^

  2. Bloodlust 2009/06/11 20:54 # M/D Reply Permalink

    우리 류여사좀 잘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

    1. vincent 2009/06/17 09:56 # M/D Permalink

      제가 류여사께 잘 부탁해야죠~

  3. chp 2009/06/12 11:09 # M/D Reply Permalink

    When are you leaving? I will be visiting Korea from 7/4~7/27. Hopefully I can see you before you leave.

    1. vincent 2009/06/17 09:57 # M/D Permalink

      8월에나 떠날 거니까 걱정말고 오기나 해라

  4. rince 2009/06/24 08:47 # M/D Reply Permalink

    잘 다녀오십시요. (그냥 가시기만 하는건가요?)
    무언가 큰 포부와 꿈을 갖고 나가시는거겠죠. 웬지 모를 부러움이 생깁니다 ^^

    1. vincent 2009/07/01 13:11 # M/D Permalink

      언젠가는 돌아와야죠. 2년 후가 될지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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