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아뜩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 열흘 정도, 인터넷도 중단하고 전화도 끄고 세상과 연락을 잠시 끊고 지냈드랬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중에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구요. 정신이 아뜩해서... 최소한 며칠은 더 일상 복귀가 어려울 모양입니다. 

조금씩, 뒤늦게라도, 분노의 힘이 세상을 다시 바꿔 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피어 오르기는 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절대로 용서가 안되는 군요. 검찰/경찰을 비롯한 이명박의 개들이야 어차피 말 그대로 "개"들이니 몽둥이도 아깝습니다만. 

십자가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에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루가12,51-53) 그리스도의 복음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그것이 탁월한 평화의 메시지임을 압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하듯이 예수님은 우리의 평화입니다. (에페 2,14), 그분은 죽음과 부활로 불화의 벽을 허물고, 사랑과 기쁨과 평화의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말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분열을 혹은 칼(Mt 10,34)을 주러왔다고 말씀하실 때 주님은 무엇을 생각하셨을까요?
  그리스도의 이 표현은 당신이 주러온 평화는 단순히 갈등이 없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로 예수님의 평화는 악을 거스른 끊임없는 투쟁의 열매입니다. 예수님이 계속해서 반대하시는 것은 사람이나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과 사람의 원수인 사탄입니다. 하느님과 선에 충실히 머물며 이 원수에 저항하고자 원하는 이는 몰이해와 심한 박해를 겪게 됩니다.  때문에 예수님을 따르고 타협없이 진리를 배우고자 하는 이는 반대자에 대항할 줄 알아야하고, 싫지만 사람들 사이, 심지어 자기 가정안에서도 분열의 표징이 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실 부모를 위한 사랑은 성스런 계명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계명을 살려면 그것이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사랑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도구’가 됩니다. 용기를 갖고, 외적이고 불안정한 평화가 아니라 실재적인 평화를 추구하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매일의 투신을 지속하십시오.(로마 12,21), 

예수님의 이 말씀이 예전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드랬습니다. 깊이 묵상해보기도 전에 그냥 대충 뭐 이천년 전에 씌어진 말씀이니 대충 요새 세상에 안 맞다 싶으면 건너 뛰어가며 읽어야 겠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요새 대한민국 교회들과 그 무리들을 보면 어쩌면 저렇게 예수님 말씀과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로만 행할 수 있는 건지 참 신기했드랬습니다. 그런데 그들(바리새인 같은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이 가장 싫어했던 노무현의 죽음을 통해 예수님 말씀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걸 보면, 다 하느님의 뜻이라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덕수궁 앞에 검은 옷 꺼내 챙겨 입고 나가보려고 합니다. 분노의 힘을 믿고 싶습니다. 슬퍼하지도 노여워하지도 않는 이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고 있는 거라고 했던가요. 

Posted by vincent

2009/05/28 10:31 2009/05/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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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nce 2009/06/10 08:55 # M/D Reply Permalink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분노를 행동으로 나타내지 마라 라는 문구가 보이더군요.
    아 물론 법정스님이 직접 하신 말이 아니라 인용하신건데...

    이 문구가...
    이번 추모 정국과 쥐 정부 치하에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일듯 합니다.

    1. vincent 2009/06/12 09:46 # M/D Permalink

      홍세화 선생도 그랬지요. '똘레랑스'는 똘레랑스를 부정하는 세력(엥똘레랑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요.

  2. 의리 2009/06/10 17:11 # M/D Reply Permalink

    건강하셔야 합니다.

    1. vincent 2009/06/12 09:46 # M/D Permalink

      그러게요 건강해야 화도 내고 분노도 하고 생각도 하고 하겠죠. 님도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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